AND STANDARD 04 · MATERIAL / COMPOSITION

재료는 관계 속에서 완성됩니다

우리는 공간을 설명할 때 자주 재료의 이름부터 이야기합니다.

어떤 목재를 사용할지, 어떤 석재를 고를지, 어떤 색의 타일과 벽지를 조합할지 결정합니다.

하지만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공간의 인상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배경으로 남기고 무엇을 드러낼지, 같은 재료를 어느 정도의 면적으로 사용할지, 서로 다른 질감을 어디에서 만나게 할지에 따라 재료가 공간에서 맡는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ND는 재료를 하나씩 따로 고르기보다 공간 전체의 관계 안에서 봅니다.

재료의 종류보다 먼저 그 사이의 위계와 비율, 반복과 전환을 계획합니다.

이번 STANDARD는 무엇을 사용할 것인가보다,

재료를 어떻게 관계 맺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01

재료는 하나씩이 아니라 팔레트로 정합니다

재료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특정 목재나 석재의 이름이 아닙니다.

공간 전체가 얼마나 밝거나 어두울 것인지, 따뜻하거나 차분한 인상을 만들 것인지, 어떤 재료가 중심이 되고 어떤 재료가 배경으로 남을 것인지를 먼저 봅니다.

같은 현관 수납도 밝은 우드와 웜화이트를 함께 사용하면 부드럽고 가벼운 첫 장면이 될 수 있고, 그레이지와 짙은 우드를 조합하면 더 깊고 분명한 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조합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재료를 따로 좋아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 안에서 함께 놓였을 때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보는 것입니다.

재료는 개별적인 샘플의 집합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만드는 하나의 팔레트로 계획합니다.

웜화이트 배경과 밝은 우드 수납으로 구성한 인천 청라 한라비발디 현관 디자인 제안

HALLA VIVALDI · ENTRY · Design Proposal

웜화이트를 배경으로 밝은 우드를 중심재로 사용한 팔레트

그레이지 바닥과 다크우드 수납으로 구성한 인천 청라 더샵레이크파크 현관 디자인 제안

THE SHARP LAKEPARK · ENTRY · Design Proposal

그레이지를 배경으로 다크우드의 대비를 강조한 팔레트

02

재료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위계입니다

절제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적은 종류의 재료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사용하는 재료의 종류를 줄였다고 해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정돈되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몇 가지를 사용했는가보다 각각의 재료가 얼마나 강하게 드러나는가에 있습니다.

모든 재료가 동시에 중심이 되려고 하면 공간은 쉽게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넓은 배경과 중심이 되는 재료, 그 주변에서 질감이나 깊이를 더하는 재료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면 서로 다른 여러 재료도 하나의 장면 안에서 읽힐 수 있습니다.

청라 한라비발디의 거실 아트월에는 패브릭, 빅슬랩 패널, 우드 루버와 석재가 함께 사용됩니다.

각각을 독립된 장식으로 나누기보다 하나의 벽면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누도록 구성했습니다.

밝은 바탕은 공간을 받아주고, 큰 면은 중심을 만들며, 반복되는 루버와 석재는 깊이와 질감을 더합니다.

좋은 재료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무엇이 먼저 보이고 무엇이 뒤에 남아야 하는지 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패브릭과 빅슬랩 패널, 우드 루버와 석재를 하나의 벽면에 구성한 인천 청라 한라비발디 거실 디자인 제안

HALLA VIVALDI · LIVING ROOM · Design Proposal

패브릭, 빅슬랩, 우드 루버와 석재를 하나의 아트월 안에서 구성한 거실

03

같은 재료도 쓰는 비중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간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 매번 새로운 색과 새로운 재료를 추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재료도 차지하는 면적과 주변 재료와의 비율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청라 한화꿈에그린의 공용공간에는 월넛과 블랙, 밝은 바닥과 파벽이 함께 사용됩니다.

짙은 재료가 공간의 성격을 만들지만 밝은 면이 충분히 남아 있어 전체를 무겁게 채우지는 않습니다.

반면 서재에서는 같은 월넛과 블랙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새로운 재료를 더하지 않고도 짙은 재료가 차지하는 면적을 늘려 조금 더 집중되고 내밀한 공간으로 바꿉니다.

재료의 색만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같은 팔레트 안에서도 비율을 달리하면 공간마다 서로 다른 성격을 만들면서 집 전체의 일관성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밝은 바닥과 짙은 월넛, 블랙 면을 함께 구성한 인천 청라 한화꿈에그린 거실 디자인 제안

HANWHA KKUMEGREEN · LIVING ROOM · Design Proposal

밝은 면 사이에 월넛과 블랙, 파벽을 나누어 배치한 공용공간

월넛과 블랙의 비중을 높여 집중된 분위기로 계획한 인천 청라 한화꿈에그린 서재 디자인 제안

HANWHA KKUMEGREEN · STUDY · Design Proposal

같은 월넛과 블랙의 비중을 높여 더 집중된 분위기로 만든 서재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그 비율이 달라지면 공간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04

단단한 재료와 부드러운 재료를 함께 봅니다

재료는 색으로만 경험되지 않습니다.

돌과 세라믹처럼 단단하고 매끄러운 표면, 목재의 결, 패브릭처럼 부드러운 표면은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 다른 감각을 만듭니다.

특히 몸이 오래 머무는 주거공간에서는 눈에 보이는 인상만큼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재료의 성격도 중요합니다.

청라 한라비발디의 침실은 패브릭 헤드보드와 쿠션 프레임으로 침대 주변에 부드러운 중심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청라 더샵레이크파크의 침실은 대형 세라믹 슬랩을 헤드월에 두어 하나의 단단하고 분명한 면을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둘 다 차분한 색조의 침실이지만 재료가 만드는 감각은 다릅니다.

어떤 재료가 더 고급스러운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휴식을 위한 침실인지, 구조적인 중심이 필요한 공간인지, 물과 오염을 자주 마주하는 공간인지에 따라 필요한 표면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색을 맞추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서로 다른 촉감과 표면이 함께 있을 때 어떤 균형을 만드는지도 봅니다.

패브릭 헤드보드와 쿠션 프레임으로 부드러운 중심을 만든 인천 청라 한라비발디 침실 디자인 제안

HALLA VIVALDI · BEDROOM · Design Proposal

패브릭 헤드보드와 쿠션 프레임으로 부드러운 중심을 만든 침실

대형 세라믹 슬랩을 침대 헤드월 중심에 배치한 인천 청라 더샵레이크파크 침실 디자인 제안

THE SHARP LAKEPARK · BEDROOM · Design Proposal

대형 세라믹 슬랩으로 단단하고 분명한 중심면을 만든 침실

05

반복되는 재료가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합니다

집은 여러 개의 방과 기능으로 나뉘지만 각각의 공간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관에서 보았던 재료가 복도에서 다시 나타나고, 그 흐름이 거실이나 주방까지 이어지면 서로 떨어진 공간도 같은 집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청라 한라비발디에서는 현관과 복도에서 시작된 우드가 주방의 키큰장과 홈바까지 이어집니다.

위치와 기능은 달라지지만 같은 재료가 반복되면서 이동하는 과정 안에 하나의 흐름을 만듭니다.

그렇다고 모든 공간을 같은 우드로 채우지는 않습니다.

거실에서는 패브릭과 석재가 함께 등장하고, 침실에서는 조금 더 부드러운 재료가 중심을 만듭니다.

연속성은 모든 공간을 똑같이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같은 집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 공간에 필요한 차이를 남기는 것입니다.

우드 벽면과 도어가 반복되며 주방으로 이어지는 인천 청라 한라비발디 복도 디자인 제안

HALLA VIVALDI · CORRIDOR · Design Proposal

복도에서 시작된 우드의 반복

복도의 우드가 키큰장과 아일랜드로 이어지는 인천 청라 한라비발디 주방 디자인 제안

HALLA VIVALDI · KITCHEN · Design Proposal

복도에서 주방의 키큰장과 아일랜드까지 이어지는 재료의 흐름

06

재료는 공간의 경계를 결정합니다

공간을 나눈다고 해서 항상 불투명한 벽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 어느 정도의 빛을 통과시킬 것인지에 따라 경계를 만드는 재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는 서로 다른 영역을 나누면서 시야와 빛을 거의 그대로 이어줍니다.

반투명하거나 표면에 패턴이 있는 유리는 빛은 통과시키면서 시선은 한 단계 걸러낼 수 있습니다.

청라 더샵레이크파크의 서재에서는 유리 파티션을 사용해 복도와 작업공간 사이의 연결감을 유지했습니다.

청라 한라비발디의 욕실에서는 리브드 유리로 샤워 영역을 나누면서 반대편의 형태와 시선을 부드럽게 걸러냅니다.

두 공간 모두 경계가 필요했지만 필요한 개방의 정도는 달랐습니다.

재료에는 색과 질감뿐 아니라,

얼마나 보여주고 얼마나 가릴 것인가라는 성질도 있습니다.

복도와 작업공간 사이의 시야와 빛을 이어주는 인천 청라 더샵레이크파크 투명 유리 서재 파티션 디자인 제안

THE SHARP LAKEPARK · STUDY · Design Proposal

시야와 빛을 이어주면서 작업공간을 나누는 투명 유리 파티션

샤워 영역의 빛은 통과시키고 시선은 거르는 인천 청라 한라비발디 리브드 유리 욕실 디자인 제안

HALLA VIVALDI · BATHROOM · Design Proposal

빛은 통과시키고 시선은 부드럽게 거르는 리브드 유리

경계를 만든다는 것은 반드시 공간을 막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07

재료는 면을 어디까지 이어갈지 결정합니다

같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낼 것인가입니다.

작은 기능마다 재료가 반복해서 바뀌면 하나의 큰 공간도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나의 면이나 덩어리로 읽혀야 할 곳에서는 재료의 흐름을 이어 공간을 더 분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청라 한라비발디 욕실에서는 젠다이에서 샤워 공간의 벽면까지 같은 석재를 연결해 떨어진 두 기능을 하나의 큰 장면으로 묶었습니다.

청라 푸르지오의 주방에서는 석재 패턴이 아일랜드 상판에서 측면까지 이어지며 가구의 여러 면을 하나의 덩어리처럼 읽히게 합니다.

하나는 벽의 연속성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가구의 양감을 만듭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판단은 같습니다.

재료의 경계는 공간의 경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곳에서는 재료를 나누고,

하나로 읽혀야 할 곳에서는 불필요한 전환을 줄입니다.

젠다이와 샤워 벽면에 같은 석재를 연결한 인천 청라 한라비발디 욕실 디자인 제안

HALLA VIVALDI · BATHROOM · Design Proposal

젠다이에서 샤워 벽면까지 같은 석재를 이어 하나의 장면으로 묶은 욕실

석재 패턴을 아일랜드 상판과 측면에 이어 적용한 인천 청라 푸르지오 주방 디자인 제안

CHEONGNA PRUGIO · KITCHEN · Design Proposal

석재 패턴을 상판과 측면까지 이어 하나의 덩어리로 읽히게 한 아일랜드

08

재료는 빛을 만났을 때 다르게 보입니다

재료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낮에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목재의 결이나 석재의 무늬를 드러내고, 밤에는 인공조명의 방향과 밝기에 따라 같은 표면이 전혀 다른 깊이를 갖습니다.

무광의 표면과 반사가 있는 표면도 같은 빛을 받았을 때 다르게 보입니다.

그래서 재료를 계획할 때는 샘플 자체의 색과 무늬만 보지 않습니다.

그 재료가 실제 공간에서 어느 방향의 자연광을 받고, 밤에는 어떤 빛과 만나게 될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청라 푸르지오 거실에서는 우드 천장과 루버 벽면이 낮에는 자연광 속에서 재료의 결을 드러냅니다.

밤이 되면 빛이 머무는 면과 그림자가 남는 면이 달라지면서 같은 공간의 깊이도 바뀝니다.

조명 계획의 질문이 ‘어떤 등기구를 사용할 것인가’라면, 재료 계획에서의 질문은 다릅니다.

이 재료는 어떤 빛을 받을 것인가.

재료와 조명은 서로 다른 단계에서 결정되는 일이 아닙니다.

자연광이 우드 천장과 루버 벽면의 결을 드러내는 인천 청라 푸르지오 거실 낮 디자인 제안

CHEONGNA PRUGIO · LIVING ROOM / DAY · Design Proposal

자연광 속에서 우드 천장과 루버 벽면의 결이 드러나는 낮

인공조명과 그림자가 우드 천장과 루버 벽면에 깊이를 만드는 인천 청라 푸르지오 거실 밤 디자인 제안

CHEONGNA PRUGIO · LIVING ROOM / NIGHT · Design Proposal

인공조명과 그림자가 같은 재료에 다른 깊이를 만드는 밤

CONCLUSION

결국 재료 사이의 관계를 설계합니다

좋은 공간은 한 가지 좋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단단한 표면과 부드러운 표면,

보여주는 재료와 배경으로 남는 재료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공간의 인상을 만듭니다.

같은 재료를 반복해 공간을 연결하기도 하고,

필요한 곳에서는 재료를 바꾸어 경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빛과 만나 표정이 달라지고,

시간이 지나 생활이 쌓이면서 처음의 선택은 다시 평가됩니다.

그래서 AND는 재료의 이름만 고르지 않습니다.

어디에, 얼마나, 무엇과 함께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봅니다.

우리가 설계하는 것은 재료 하나가 아니라,
재료 사이의 관계입니다.